노골적인 시비.

하지만 연륜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하하하. 박 대표. 자네야말로 얼굴이 다 죽었군. 그래. 내가 한약이라도 한 첩 선물해줄까?”

“그렇게 보이나? 하긴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과유불급?”

“수도권을 석권했지 않나. 기쁨을 과하게 만끽했지 않겠나. 패장의 눈에는 반쯤 죽어 있는 거로 보일 수도 있지. 아. 사과하겠네. 승자의 넓은 아량을 보여야 하는데 말이야.”

광역자치단체가 16곳이지만 정치적 상징이 가장 큰 곳은 단연코 서울과 수도권이다. 숫자로는 같은 성적이었으나 질적으로는 고려당이 우세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나저나 바쁜 걸음으로 어딜 가나? 혹시 혼나러 가나?”

대한민국 정계에서 집권 여당 김희도 대표를 나무랄 수 있는 사람은 청와대의 주인뿐이다.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말이다.

남은 임기 동안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 지방 선거의 필승을 수차례 주문한 백호산 대통령으로서는 수도권 전패라는 결과가 무척이나 불편할 것이다.

“한 손으로 황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 사람이 매번 혼나고 다니니까 내 마음이 영 불편하네.”

실제로 김희도 대표는 체격이 무척이나 우람하지만 박익선 대표는 상당히 왜소했다. 이런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으니 김희도 대표가 유달리 더 커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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